
오페라하우스 사건 이후 10년. 팬텀은 지리 모녀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서 그의 기괴한 상상력을 구현한 코니 아일랜드를 개장한다. 그동안 지리 모녀는 팬텀을 위해 봉사해왔고, 특히 팬텀을 숭배하는 멕 지리는 그의 관심과 인정을 갈망한다. 하지만 우리 팬텀은 덕심만 한 차원 업그레이드되어 실물 크기의 크리스틴 로봇을 가지고 놀고 있다. (웨스트엔드에서는 크리스틴 로봇이 말썽을 일으켜 프리뷰 공연이 취소되기도 했었다고.) 팬텀은 ‘금세기 최고의 소프라노 크리스틴 다애 초청 공연’을 기획하는데, 라울의 노름빚을 갚기 위해 돈에 팔려온 크리스틴에게 지리 모녀는 불안을 느끼고, 라울은 술주정하고, 아들 구스타브는 물색 모르고 돌아다닌다. 구스타브랑 놀아주다가 열 살배기 소년의 천재적인 음악성을 발견한 팬텀은 ― 올레! 네가 내 아들이로구나! ― 라울에게 내기를 제안한다. 크리스틴이 다시 한 번 음악의 천사를 위해 노래한다면 영원히 그녀와 아들 곁에서 떠나는 것으로. 그녀는 결국 팬텀을 선택하고 라울은 떠나고 두 사람이 환희에 젖어있는 사이 절망에 빠진 멕은 구스타브를 데리고 사라진다. 뒤늦게 쫓아가 멕을 달래지만 실수로 발사된 총에 맞은 크리스틴은 아빠는 어디갔냐는 구스타브에게 한 마디 하고 쓰러진다 ― 여기 진짜 아빠가 있잖니. 크리스틴은 죽고 두 부자는 서로 마주보다가 손잡고 사라지는 것으로 그랜드 피날레(짝짝짝).
프레데릭 포사이드의 소설을 기반으로 했다기에 그럭저럭 괜찮은 이야기일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던 게 잘못일까. 적어도 내가 읽은 프레데릭 포사이드는 재치 있고 스토리텔링에 능수능란한 작가였는데 어떻게 이런 한국 아침 드라마 같은 식상한 스토리가 나올 수 있는지. 원작은 아직 읽지 않았지만 왠지 뮤지컬 버전의 대본을 썼다는 벤 엘튼에게 모든 비난을 돌리고 싶은 이 심정은 뭘까. 뮤지컬과 원작 사이에 케빈 레이널즈의 영화 《몽테크리스토 백작》과 알렉상드르 뒤마의 원작 사이만큼의 차이가 있을 거라는 데에 10원쯤 걸겠다. -_-;;;
음악에 ALW의 우려먹기 내공이 녹아들어 전작과의 연관성을 어느 정도 보이고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많이 다르다. <Angel of Music>, <Little Lotte...>, <Twisted every way...>, <Final Lair> 같은 전작의 마이너 넘버를 연상케하는 멜로디 라인이 복선으로 등장하지만, 배경이 오페라하우스에서 코니 아일랜드로 옮겨간 만큼 락이나 보드빌 스타일의 곡도 있고 굉장히 '미국 뮤지컬'스럽다. 전작만큼 히트할 넘버가 있을지는 다 듣지 못해서 아직은 판단 불가. 일단은 끝까지 들어봐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