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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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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읽은 베스트 도서 : Making Money

2009/12/27 17:02, 글쓴이 LuNa
 올해를 그냥 보내긴 섭섭해서 이번에도 한 해 중 읽은 베스트 도서를 꼽아보기로 했다. 지금 돌이켜 보니 의외로 신간을 많이 챙겨 보지는 못했다. 재독한 작품도 꽤 있고. 기억나는 텍스트를 꼽아보자면 다시 읽은 진산의 『사천당문』 1*2부, 이번에 멀티 문학상을 수상한 콜린님의 『절망의 구』, 무시무시한 인문학적 소양으로 무장한 스토리텔러 댄 시먼스의 『히페리온』, '뮤지컬 원작 소설'이라는 첫인상을 완전히 깨부수고 정치적 메타포와 사정 없는 독설로 루나양을 후려친 그레고리 머과이어의 『위키드』 정도 되겠다. 그리고 암울했던 2009년을 그나마 웃으며 보낼 수 있게 해주었던 테리 프래쳇의 《디스크월드》 시리즈. 30권이 넘어가는 방대한 시리즈를 처음부터 볼 자신이 없어서 무작위로 골라 보고 있다. 지금까지 읽은 건 채 열 권이 안 되지만 언젠가 다 읽을 날이 오겠지. 그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Making Money』를 올해 읽은 베스트 도서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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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ing Postal』에 등장했던 전직 사기꾼 모이스트 폰 립빅이 다시 주인공으로 나온다. 전작에서 사형수->금빛 수트의 우체국장으로 변신한 모이스트는 백 년 가까이 버려져 있던 우체국을 화려하게 부활시킨 앙크-모포크의 인기인이 되어 있다. 그러나 우체국이 정상화되자 젖먹이 때부터 가지고 있던 그의 크리미널 마인드는 슬슬 반기를 들기 시작하고, 때마침 우리의 총독님은 그에게 위험천만한(?) 은행 일을 제안한다! '저는 곧 결혼할 몸이어요! 안정적인 직장이 최고지요!'라고 발을 빼던 그는 어느새 사기꾼으로서 천부적인 재능인 입방정 + 크리미널 마인드 콤보로 인해 위험의 중심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전작에서 우표의 발명으로 디스크월드의 체신 사업에 혁신을 불러일으킨 그는, 우표가 공공연히 화폐 대용으로 쓰이고 있는 사실에 착안해 종이 화폐를 고안한다. 그러나 대대로 은행을 소유해온 앙크-모포크의 거부 집안 래비쉬 가문의 음모와 시민들의 금 본위 사고방식의 저항도 만만치 않고, 설상가상으로 사기꾼이었던 모이스트의 과거를 아는 악당이 등장하는데!

 테리 프래쳇의 장점으로 현란한 패러디와 배꼽 빠지는 슬랩 스틱 코미디, 천진하고 우스꽝스러운 캐릭터 등을 꼽을 수 있겠지만, 이 책을 보니 소재를 가공하는 능수능란함도 빼놓을 수 없겠다. 기초적인 경제학과 약간의 역사적 사실 ㅡ 어쨌든 현실과 닮은꼴이니까 ㅡ 을 소재로 이렇게 코믹한 글이 나올 수 있다니! 코믹할 뿐만 아니라 교육적이기까지 하다! 이대로라면 테리 프래쳇이 살아있는 한 디스크월드 시리즈는 소재가 떨어지는 일 없이 백 권이라도 가능할 것 같다. (참으로 바람직하군.) 게다가 '판타지 세계에서 돈 만드는 이야기'가 뜬금없이 느껴지지도 않는데(주1), 『마법의 색』에서 두송이꽃이 처음 앙크-모포크에 발을 들였을 때 개념 없이 금화를 펑펑 써대는 장면이라든지, 『Interesting Times』에서 아가티안 제국으로 넘어간 린스윈드가 처음 지폐를 대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장면, 전작에서 모이스트가 우표를 고안해내는 과정 등이 이미 이 작품을 예고하고 있는 것 아니었나 싶다. 어쨌든 작품에 대해서는 은근히 상 복이 박한 테리 프래쳇은 이 작품으로 2008년 로커스 상을 받았다고.

 머리를 잘 굴리고 혓바닥은 더 잘 놀리는 모이스트 폰 립빅은 디스크월드 시리즈에 등장하는 주인공치고는 운이 억세게 좋은 편인데, 전작에 비하면 역경도 별로 없고 어찌 되었든 종국에는 모든 일이 술술 풀린다는 점이 약간 아쉽긴 하다. 그렇다고 운수대길 만사형통 영지발전물에서 가끔 나오는, 명령 한 번에 돈을 뚝딱 만들어 유통시키는 장면과 비교하면 섭섭하다. 주인공에게 역경이 별로 없다고는 해도, 작가가 충분한 고려 없이 몇 문장으로 설명해 버리고 넘어가는 것과 디테일을 묘사하면서도 '왜 심각해지시나? 한 번 웃을 타이밍이라네'라고 눈을 한 번 찡긋하며 코믹함으로 정리해주는 것을 도매금으로 묶어서 취급할 수야 있나. 그래도 그 점이 못내 아쉬웠던 것은 왠지 모이스트가 디스크월드 시리즈에서 다시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는 힘들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전작에서 로드 베티나리는 그에게 우체국을 되살리라는 임무를 내렸고 그는 성공했다. 이번에는 은행에 들어가서 돈을 좀 굴려보라는 말에 그렇게 했다. 로드께서는 다음엔 국세청에 보내볼까 고려중이시다. 같은 패턴이 반복되면 아무리 테리 프래쳇이라도 참신함을 살리기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까. 게다가 모이스트는 크리미널 마인드를 잠재워주는 위험한 누님과 결혼할 예비 신랑이니까(...)

 아, 그리고 끝으로 한 마디 더. 앙크-모포크에 로드 베티나리의 팬이 많다는 것은 매우 흡족한 사실이다. (주2) (앙크-모포크의 유일한 투표권자로서) 1인 1표제 민주주의의 강력한 수호자이시며 차갑고 명석한 두뇌와 강렬한 존재감의 소유자이신 우리 총독님은 능력도 좋으시지. :) 뱃속에 야망을 키우고 있는 자들은 많지만 그들의 궁극적인 목적이 앙크-모포크를 집어삼키려는 것이 아니라 로드 베티나리 그 자신이 되는 것에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런 '로드 베티나리 워너비'들이 정신병동 하나를 다 채울 만큼 많다는 사실은 이미 로드의 빠슨이가 되어 버린 루나양에게 매우 고무적이었다. 이미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쓰는 심경으로 로드를 보고 있음을 확실히 깨달아버렸다고나 할까. 어쨌든 암살자와 강도, 머리 빈 영웅들이 활보하는 앙크-모포크에서 오래오래 살아남아 전제정치를 펼쳐주시기 바란다(...)


1) 많은 사람이 루나양이 이 책을 읽고 있는 것을 보고 재테크 또는 경영을 공부하는 것으로 오해했다가, 판타지 소설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황당해했다.
2) 누구씨를 위해 덧붙여 둔다. 언젠가 제레미 아이언스가 로드 베티나리로 출연한 적이 있다.
2009/12/27 17:02 2009/12/2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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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224 보고 들은 이야기

2008/12/24 11:39, 글쓴이 LuNa
 하나. 월요일에 오랜만에 멤버들을 만나 《벼랑 위의 포뇨》 감상. 확실히 동화적인 배경이 아름다웠고 스크린에 마법을 걸어놓은 듯 매력적이었다. 순수하고 깨끗해서 마음이 훈훈해지는 작품…이긴 했으나 보고 나서 감상을 말하려고 기억을 되살리니 뭔가 묘한 느낌이 드는 거다. 이를테면 미드를 보는데 영상과 소리와 자막이 서로 0.5초 정도 싱크가 안 맞는 느낌이랄까?! 애초에 포뇨의 본명이 브륀힐데라는 사실에 경악했다. (아니, 어째서 아빠 이름은 후지모토인데 애가 브륀힐데?) 게다가 포뇨 출동 장면에서 웅장하게 깔리는 BGM마저 〈발퀴레의 비행〉을 연상케 하는지라 그 장면 보는 내내 킬킬댔다. 그리고 포뇨네 가족들은 왜 그리 사이즈가 제각각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물고기 방식으로 체외수정한다는 가설을 세웠다가 돌연 무서워져서 상상하기를 그만뒀다. 덧붙여 소스케 아빠네 배가 흘러간 곳은 버뮤다 삼각지대. 옵화 왈, "미야자키 하야오, 마지막 작품으로 정말 괜찮은 겁니까!" 에잇, 그런 거 따지면서 보라고 만든 애니가 아니니까 괜찮다.

 둘. 해외배송비 좀 아껴 보겠다고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체류 중이던 옵화 편에 주문했던 《Gypsy (2008 Broadway Cast)》를 드디어 입수했다. 한줄 감상 : 패티는 여신이야! 원대한 야망을 품은 강인한 마마 로즈 (타일러 아니다) 역에 그녀보다 적격인 배우가 있을까? 그녀가 연기한 로즈는 너무나도 당당하고 강인하며, 광기마저도 맞춘 듯이 잘 어울린다. 그 넘치는 힘이란! 2003 revival의 피터스하고는 사뭇 대조적이다(피터스를 폄하하려는 건 아니지만, 강인한 엄마라기엔 너무 노쇠한 연기라는 느낌이었다).
 덤으로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넘버 중 〈Everything's Coming Up Roses〉는 전에 올렸으니 이번엔 〈Together Wherever We Go〉를 올려본다. 멜로디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흥겹고 유머러스하기까지 한 넘버. 저 세 사람이 나란히 2008 토니상을 거머쥔 것이 하나도 놀랍지 않다.



 셋. 오늘 밤 10시부터 채널cgv에서 《호그파더》를 방영한다. 작년에 EBS에서 해준 걸 놓쳐서 항상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놓치지 말아야지.
2008/12/24 11:39 2008/12/2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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