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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See What I Wanna See》 후기

2008/07/18 23:14, 글쓴이 L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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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 What I Wanna See



일시 : 7월 17일 오후 8시
장소 :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캐스팅 : 양준모, 차지연, 강필석, 정상윤, 박준면

 작품 시놉시스를 가장 먼저 접했을 때 일단 떠오른 것은 '왜 하필 이 작품일까'라는 뜬금없는 의문이었다. 얼마 전까지도 연극 《나생문(羅生門 ; 이하 '라쇼몽'으로 통일)》이 국내 무대에서 공연되었었다. 원작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유명한 단편 「덤불 속」이고,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 역시 걸작의 반열에 올라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뮤지컬이란다. '뮤지컬 = 대사를 노래로 처리한 연극'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것이 아닌 만큼, 뮤지컬에서 음악이란 단순한 대사처리나 분위기 전환용이 아니라 어떤 목적의식 내지는 타당한 이유를 가지고 적절히 사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루나양으로서는 뭐든지 장르화하는 것을 좋게 볼 수만은 없다. 게다가 뮤지컬에 잘 어울리는 장르인 멜로드라마와는 명백히 거리가 먼 작품이니 의아할 수밖에. 그래서 반은 호기심에, 반은 배우 욕심 ㅡ 앞으로 양준모 씨 출연작은 모두 보기로 《스위니 토드》 이후 다짐해놓은 것이 있어서 ㅡ 에 보게 되었다는 이야기.

 <라쇼몽> 이야기를 먼저 꺼내긴 했지만, 이 작품의 구성은 다소 특이하다. 막이 시작될 때 <케사와 모리토>가 각각 케사와 모리토의 시선에서 비춰지고, 1막은 <라쇼몽>, 2막의 나머지는 <영광의 날>로 끝난다. 게다가 무대 구조 역시 특이해서, 객석 중앙에 정방형의 무대가 있고, 관객들은 연기 중인 배우뿐만 아니라 무대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배우까지 볼 수 있다. 휑한 무대에는 몇 가지 소품과 희고 붉은 조명만이 존재하고, 사방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영상이 떠오르는데, 각 면마다 다른 영상을 보여주는 고로 자신이 앉은 면의 화면은 볼 수가 없다. 주제를 암시하는 은유적인 장치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한다.

 1막의 <라쇼몽>은 ‘남편’의 죽음을 둘러싼 남편, 아내, 강도 세 사람의 각기 다른 증언을 통해 진실과 거짓의 상대성을 다루고 있다. ‘한 남자가 공원에서 죽었다. 그의 죽음은 그 아내를 탐한 강도와 관련이 있다.’ 여기까지는 세 이야기 모두 같다. 그러나 같은 죽음을 둘러싸고 강도는 자신이 살해했다고 하고, 아내는 동반자살을 기도하느라 자신이 찔렀다고 하며, 남편의 영혼은 자살이라고 말한다. 설상가상으로 시신을 발견한 극장 경비는 자꾸 중언부언 증언을 번복한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이야기가 진실이라고 주장하지만 관객은 알 수가 없다. 죽은 자는 진실을 말했을 것 같지만 글쎄, 이미 앞선 증언들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는 것을 본 관객은 그것조차 의심하게 되고, 무대는 더 이상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고 막을 내린다. 결국 작품명대로 알아서들 생각하라는 이야기다. 곁다리로, 등장인물들은 부부가 그 날 보았다는 일본 영화를 반복해서 언급하는데, 그게 바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이라는 사실이 재미있다.

 1막에서 아쉬웠던 점은 이 작품의 한계를 눈에 띄게 드러내는 ‘아내’라는 캐릭터의 대상화였다. 세 사람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진실은 그들이 보는 ‘아내’의 태도에 지나치게 좌우되는 경향이 있었다. 인물들의 시각에 따라 남편과 강도의 캐릭터에는 별로 변화가 없는 반면에, 아내는 '강간을 당하고 남편을 잃은 가련한 여인'과 '욕망을 좇아 남편을 배신한 살기등등한 여인' 사이를 극단적으로 오간다. 원작을 읽는 독자는 행간의 의미를 찾아내려 작품을 곱씹기 때문에 성급하게 이런 인상에 빠져드는 경향이 적고, 영화 《라쇼몽》에서는 마지막에 제3자인 나무꾼의 시각을 더하여 무력한 남편의 비겁함, 강도의 탐욕, 아내의 숨겨진 욕망을 고루, 한층 심도 있게 간파해낼 수 있었다는 점과 대조된다. 더욱 불편한 것은 이러한 대상화가 어쩌면 의도적으로 연출된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처음부터 선정적인 붉은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아내’는 치마 길이까지 바꿔가며 강도의 시선에, 관객의 시선에 자신을 아낌없이 내보인다. 관객의 무의식에 방향성 있는 선명한 인상을 심어주고서 진실과 거짓의 상대성을 논하는 건 자가당착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2막의 '영광의 날'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다른 단편 「용」을 각색한 것이다. 원작은 용이 승천하리라는 거짓 예언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실제로 그 앞에서 기적이 일어난다는 내용인데, 911 테러 이후 회의감에 시달리던 신부가 거짓으로 기적을 예고한다는 내용으로 각색했다. 그런데 루나양만 느낀 건지 모르겠지만, 어째 배경을 센트럴 파크로 바꾸고 기독교적인 기적이 일어난다고 해놓으니 왠지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의 냄새가 강하게 났다. '믿음은 진실을 창조한다' 정도의 메시지를 발견.

 처음의 의문으로 되돌아가서, 같은 소재를 다룬 다른 장르에 대해 뮤지컬 《See What I Wanna See》은 무엇을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지에 관해 생각해본다. ‘차세대 손드하임’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는 라키우사의 작품은 처음 접하는 것인데, 확실히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을 엮어 뮤지컬로 만들 생각을 한 대목에서부터 소재를 선택하는 안목이 범상치 않음을 엿볼 수 있다. (그의 작품 목록에는 마르케스, 로르카, 베르히만도 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 작품으로 접한 그의 음악은 듣기에 편하지는 않다. 유명한 뮤지컬 넘버처럼 착착 감겨드는 멜로디나 쉽게 다가오는 가사 같은 건 없다. 단지 장르 불명의 현대적인 테마가 서술자의 시각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으로 변용되며 작품의 주제에 녹아들어 일체가 되는 과정 하나만 보아도 음악 있는 연극과 차별화되는 점을 바랐던 루나양을 만족시킬 만 했다. 뮤지컬로서 음악은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그 자체로서 작품의 존재 가치를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요소와 뗄 수 없이 얽혀 ― 이 작품은 특히 연극적 요소가 강하다 ― 작품의 중심 메시지와 밀착한다. 그야말로 단순한 ‘뮤지컬’이 아니라 ‘종합 무대 예술’이라는 느낌.

 배우들 연기는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양준모 씨는 의외로 노래하는 부분이 적었지만 역시 그 웅장한 목소리는 어디 가지 않았다. 1막 후반부의 영매와의 이중창이 가장 인상 깊었고, 작품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으로 기억한다. 시각적인 분위기는 전혀 달랐지만 영화 《라쇼몽》의 목소리와 겹쳐 들리며 그 영상을 떠올리게 했고, 동시에 원작을 읽고 있는 느낌을 주었으니 가히 1막뿐 아니라 작품 전체를 집약한 정점이었다고밖에. 차지연 씨는 가사 전달에 조금 문제가 있었지만 연기 자체는 훌륭했다. 단지 위에서 언급한 문제 때문에 관객에게 다양한 인상을 주는 데에는 실패한 듯. 박준면 씨는 영매와 이모 역을 모두 거뜬하게 소화해냈는데, 이 분 노래는 박력 있으면서 캐릭터에 착 맞아떨어져서 좋았다. (+ 안경 쓴 강필석 씨는 명탐정 코난 같아서 귀여웠다.)

 끝으로 뱀발. 2004년 작인 이 작품은 그동안 해외 뮤지컬이 국내 라이센스 공연으로 들어오기까지 걸렸던 평균적인 기간에 비하면 굉장히 빨리 소개된 편이라서 이색적이다. 《이블 데드》같은 공연도 그렇고, 요즘 들어 그 기간이 짧아지고 있는 것 같아서 기쁘게 생각한다. (라이센스 공연에서 한국어로 번역된 대사가 조금만 더 자연스러웠다면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여러 가지로 흥미로운 작품이기는 한데 대중적인 친근함은 떨어지기 때문에 《쓰릴 미》처럼 재공연되거나 《지킬 앤 하이드》처럼 우려먹을만한 작품은 아니다. 아마 이번 기회를 놓치면 국내에서 근시일 내에 다시 보기는 어려울 것 같으니 관심 있는 분이라면 지금 관람하시기를 권한다.
2008/07/18 23:14 2008/07/18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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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이블데드》 후기 (0426)

2008/04/28 23:52, 글쓴이 LuNa
일시 : 4월 26일 오후 3시
장소 :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랙
캐스팅 : 조정석(애쉬), 김재만(스캇) 외

 포인트는 지난번과 다른 출연진으로 스플래터 존에서 관람했다는 것.

 일단 캐스트에 대한 감상을 써 보자면, 확실히 스캇 역에는 김재만 씨가 더 어울렸던 것 같다. 정상훈 씨보다 노래를 잘 부른다거나 하는 문제는 아니고(애초에 스캇은 그렇게 노래 많이 부르는 역할은 아니다) 코믹 연기가 훨씬 '덜 어색했다'. 첫 관람 때 그렇게 귀에 거슬리고 잘 안 들어왔던 대사들이 자연스럽게 다가와서 1막 초반의 약간 지루한 인상을 덜어 주었다. 조정석 애쉬는 임강희 씨와 듀엣 부를 때 음색이 류정한 씨 때보다 잘 어울렸다. 아쉬운 점은, 1막에서는 자상한 연인이자 오빠, 친구였다가 2막에서 땀 냄새를 풀풀 풍기는 거칠고 약간 마초적인 인물로 확 변해 버리는 애쉬라는 인물을 소화하기에는 조정석 씨 이미지가 너무 곱상했다. 원래 샤방한 얼굴을 어떻게 하겠냐마는 나름대로 변신에 성공한 류정한 씨 무대를 본 후라서 그런지 감흥이 덜했다.

 스플래터 존은 2차 오픈 놓친 후에 취소분인지 딱 1장 남아있는 걸 건져서 보러 간 건데, 전에 생각보다 피를 적게 뿌려준다는 후기를 보고 좀 실망했었다. 그런데 그새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정책을 바꿨나 보다. 공연 끝나고 바로 학원에 가야 했기에 그냥 우비 뒤집어쓰고 앉아 있었는데 바닥에 작은 웅덩이가 만들어지는 바람에 바지와 가방이 젖지 않을까 계속 신경이 쓰였다. 빈틈없이 우비로 방어막을 치고 있으니 김재만 씨가 다가와서 친히 손으로 머리에 (후드 위긴 하지만) 피칠갑을 해 주셨다. ㅜ_ㅜ 옆에 책상다리하고 앉은 사람은 우비 위에 고인 피가 한 컵 분량은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피 맞으러 가는 분들은 필히 여분 옷과 수건과 물티슈와 페브리즈를 충분히 준비해야 할 듯. 얼굴이나 소매에 피 몇 방울 묻었을 뿐인데 물감 때문인지 약품 냄새 같은 게 심하게 난다. 그리고 피가 좀 따듯하면 리얼하고 좋을 것 같은데. 찬물이 우비 위로 흘러내려서 닭살 돋고 기분도 좀 그랬다. 그래도 바라던 대로 듬뿍 뿌려주니 일부러 흰 티 입고 모인 분들은 보람있었을 듯.
2008/04/28 23:52 2008/04/28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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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이블데드》 후기 (0330)

2008/04/01 00:35, 글쓴이 L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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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블데드 (Evil Dead, The Musical)



일시 : 3월 30일 오후 7시
장소 :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랙
캐스팅 : 류정한(애쉬), 정상훈(스캇), 양준모(제이크), 임강희(린다), 최혁주(쉐럴), 백민정(셸리, 애니), 김승필(에드) 외

 1차 티켓 오픈에서 참패한(티켓파크의 만행 참조.) 후 의식적으로 신경을 끊고 있다가 보러 간 공연. 샘 레이미 원작의 공포 영화를 코믹 호러 뮤지컬로 만든 작품이다. 공연 시작할 때까지 옆에 아무도 안 오기에 워낙 구석 자리라서 루나양 왼쪽에 앉는 사람은 아무도 없구나 싶었다. 그런데 '죽음의 책'에 대한 나레이션이 끝나고 조명이 켜졌을 때 왜 옆에 류정한 씨가 앉아 있는 겁니까;ㅁ;! 그러니까 그 자리가 '숲 속의 오두막으로 여행가는 5명의 대학생'이 타고 있는 '자동차'였던 거다. 공연 리뷰도 미리 안 읽고 가서 이런 장면이 있는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처음부터 너무 놀라서 노래 한 곡 할 동안 입 벌리고 멍청히 있었는데 그 얼굴이 어땠을까 생각하기 두렵다.

 미친 듯이 웃겨준다고 했는데 1막 중반까지는 그저 그랬다. <슈퍼마켓 하모니>도 재미있긴 했는데 배를 잡을 정도는 아니었고. 스캇 역은 조금 실망이다. 캐릭터 자체로 본다면 열심히 저속한 농담도 하고 깐죽대면서 웃음을 주는 감초 역할인데 그런 맛을 잘 살리지 못했다. 오히려 나중에 등장하는 제이크가 더 제대로 된 조연 같았다. 하지만 쉐럴이 좀비로 변신하면서부터는 공연이 제대로 살아나기 시작했다. 인간일 때와는 180도 달라진 쉐럴의 엽기적인 언행! 아, 정말 그때부터 엄청 웃었다. 게다가 중간중간에 슬쩍 원작을 언급하며 공포 영화의 문법 자체를 비웃어주는 센스도 대단했다. 애쉬와 스캇이 탱고를 추면서 "조낸 퐝(fang)당해!"를 외치는 것도 너무 절묘해서 쓰러지고. (지금 회상해 보건대 이 장면에서 그 날 스플래터 존에 뿌려질 피보다 더 많은 땀이 뿌려졌다;;) 그리고 제이크 역의 양준모 씨! 이분 목소리 정말 좋다! 딱 루나양이 좋아하는 묵직한 목소리다. ㅜ_ㅜ 이 분 스위니를 보지 못한 것이 한이로다. 게다가 은근히 영화(이블데드 2)의 캐릭터와도 닮은 것이 마음에 들었다.

 2막은 1막보다 더 (웃기다기보다는) 신났다. 좀비들이 죽음의 춤을 추는 장면은 박진감이 넘치고 박수치는 관객 호응도도 높았고, 맨 오브 라만차 패러디에서는 그야말로 박장대소. 애쉬가 투지를 불태우는 노래 멜로디가 참 마음에 들었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가사가 "잘 알잖아 난 절대 안 죽어 주인공이잖아~"라서 다시 한 번 쓰러지고. 그런데 좀비들이 다시 살아나는 장면에서는 화성이 잘 안 맞아서 가사도 좀 불분명한 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박살 내줬어!"에서 류정한 씨를 포함해서 배우들이 제대로 feel~ 받아서 하더라. 관객들도 덩달아 열광&환호 모드. 정상훈 씨 마이크가 나가서 아쉽긴 했지만, 앵콜에서의 역할 바꾸기나 지킬 앤 하이드 패러디도 좋았다.

 아직 몇몇 조연들은 캐릭터를 완전히 소화하지 못한 것 같고, 간간히 무대 장치나 소품이 말썽을 일으키기도 했지만(그래도 배우들은 신경 안 쓰고 하더라. 대단하다.) 공연의 만족도 자체는 최상이다. 무엇보다 관객도 배우도 함께 즐기게 되는 공연이라는 것이 포인트다. 박수부대 교육받은 것도 아닌데 어쩜 그리들 손발이 척척 맞는지, 배우들 춤에서 손맛(?)이 느껴질 정도. 4월 중순으로 예매해 놓은 조정석/김재만 캐스팅도 무척 기대된다.
2008/04/01 00:35 2008/04/01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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