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Sweeney Todd; The Demon Barber of Fleet Str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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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Angela Lansbury, Patti LuPone, 홍지민.
예전에도 언급했든 러빗 부인은 굉장히 다면적인 캐릭터이다. 사실 《스위니 토드》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악의 하수인이자 아첨꾼인 비들은 한편으로는 유머러스하고 친근한 음악 애호가이며, 순수하고 선량한 젊은이로 묘사되는 안소니는 “당신을 훔쳐내겠다.”고 조안나를 향한 맹목적인 열정을 표현한다. 어쩌면 안소니가 지닌 것과 같은 이런 맹목성이야말로 이 작품의 다양한 캐릭터를 아우르는 하나의 축일지도 모른다. 스위니와 러빗 부인은 이 축에 작중 어느 캐릭터보다도 더 가까이 있다. 그러나 나는 스위니 토드보다 러빗 부인의 캐릭터에 더 흥미를 느낀다. 왜일까?
스위니 또한 복잡한 인물이지만 그의 심중을 파악하는 일이 대단히 어려운 것은 아니다. 밝고 순진했던 남자, 세상의 모든 행복을 다 가지고 있었지만 한순간 그것을 모조리 빼앗기고 생지옥으로 내팽개쳐졌던 그가 겪었을 고통, 그의 마음속에 자라나는 분노와 복수심은 물론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지만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다. 거의 손닿는 곳에 있었던 기회를 날려버린 후 남은 절망이 광기와 어우러져 “세상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는데, 어차피 가해자인 우리는 모두 죽어도 싸지 않은가”라는 계시와도 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 장면도 일단 스위니와 작품에 익숙해지고 나면 지나친 비약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더 나아가 2막의 〈Johanna〉에서는 일상이 된 살인에 무감각해지면서도 딸을 그리워하는 모습이 마치 무력한 가장의 비애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에게 이입하게 된다.
그런데 스위니에 비해 관객들이 러빗 부인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은 무엇인가? 벤자민 바커의 이웃이었고, 그를 남몰래 연모했던 파이 집 주인, 나이 든 과부, 그게 전부다. 그녀는 언제 과부가 된 것일까? 설사 남편을 지나치게 일찍 잃은 것이 아니라고 해도 따뜻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을 것 같지는 않다. 15년 전에도 아내가 있는 바커를 짝사랑하고 있었다고 하니까. (이제 보니 오리지널 대본에는 17년 전에 남편 알버트가 죽었다고 나온다.) 그러면 그가 유형지에 끌려간 이후 그녀는 혼자 무엇을 하며 살았을까? 간접적인 단서조차도 없다. 그저 그녀가 처한 현실인, 생계에 하등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최악의 파이 집과 15년간 그녀가 팔지도 않고 보관해온 바커의 면도칼만이 험한 세상을 탓하며 남루한 생을 이어나가는, 그러면서도 과거의 추억을 간직하고 싶어 하는 외로운 여자를 엿보게 해줄 뿐이다.
그런데 러빗 부인이 보여주는 성격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광기에 사로잡힌 스위니조차도 상상할 수 없었던 기발함과 대담함을 보여준다. ‘인육으로 파이를 만들자 ― 시체도 처리하고 돈도 벌고 일석이조’와 같은 생각은 아무나 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처음에 스위니의 살의에 거부감을 보이고 그것을 억누르려 했던 그녀는 이제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그를 부추긴다. 방해꾼은 모두 스위니의 이발소로 보내버리면 그만, 그녀에게는 거리낄 것이 없다. 늘어가는 수입에 입이 절로 벌어진다. 이 작품 최대의 악역인 터핀 판사조차도 그녀의 사악함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런데 그 모든 행동을 통해서 그녀가 추구하는 욕망이라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소박한 것이다. 바로 스위니와의 로맨스. 그녀는 그 한 가지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토비를 가엾게 여겨 상냥하게 대해주는 모성애를 가진 그녀이지만, 그녀가 꿈꾸는 스위니와의 행복한 생활을 위협하는 요소라면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해치울 수 있는 냉혹함도 그녀의 또 다른 일면이며, 그것이 스위니를 향한 맹목적인 애정에서 비롯한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남다르게 사악한 면모를 가지고 있지만 그런 강력한 동인이 없었다면 그것이 외부로 표출될 기회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여기에서 또 주목하게 되는 것은 러빗 부인과 스위니의 관계이다. 전에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2005년 리바이벌 OST로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궁금했던 점 중 하나는 과연 스위니가 러빗 부인의 애정에 제대로 화답하고 있는가였다. 부클릿에 전체 대본이 나와 있지 않기 때문에 끝까지 듣지 않고서는 그 문제에 대해 단언하기 어려웠다. 러빗 부인 쪽의 감정은 명확했지만, 스위니가 그녀를 ‘my pet, my love’라고 부르는 것이 그냥 그러는 건지 진심인지, ‘Anything you say’라는 대꾸가 ‘니 맘대로 생각하세요’인지 ‘당신이 그렇다면야’인지 어떻게 알겠는가. 스위니가 러빗 부인을 대하는 표면적인 태도는 전반적으로 모호하다. 아니, 그보다는 ‘척하고 있다’고 하는 게 옳겠다. 그는 복수심에 사로잡혀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고 러빗 부인에게 마음을 줄 생각도 없지만, 어쨌든 유력한 조력자인 그녀에게 적당히 맞장구쳐주는 척할 뿐이다.
이렇게 보면 스위니가 복수를 위해 그녀를 이용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받을 수 있다. 러빗 부인의 일방적인 애정 때문에 둘의 관계에서 그녀는 항상 열위에 있다. 그녀 자신도 그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언젠가는 그가 복수심을 잊어버리고 그저 둘이서 한적하게 여생을 보내기를 바란다. 내게 〈By the Sea〉가 대단히 슬픈 곡으로 느껴졌던 것도 그 때문이다. 바닷가에서 둘이 부부처럼 행복하게 사는 백일몽에 빠져 있지만 그녀가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어지는 대사로 명백하게 알 수 있다. ― “그래도 당신, 나를 조금은 사랑하는 거지?” 특히 홍지민 씨의 연기는 더더욱 서글픈 느낌을 주었는데, 다른 러빗 부인은 혼자 망상하는 선에서 그치는 반면 홍지민의 러빗 부인은 적극적으로 대답을 요구한다. 그의 본심을 알고 있으면서도 ‘필사적으로’ 관심을 끌려는 그녀의 노력은 대답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답을 들려달라는 애원에 가깝다. 이것은 『오페라의 유령』에서 에릭이 울고 있는 크리스틴 앞에서 그녀의 관심을 끌어보려고 복화술을 펼치며 재롱(?)을 떠는 장면이 나를 그야말로 펑펑 울게 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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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국내에도 《스위니 토드》 영화판 공식 트레일러가 유포되었다. (영상은 이미 발표된 것과 동일하지만 한국어 자막이 있다는 뜻.) 개봉일은 08년 1월 중이라고만 되어 있다. 한창 기대하고 있던 《스위니 토드 인 콘서트》 공연도 취소된 이때 영화라도 빨리 개봉해서 이 허한 마음을 채워주었으면. 그런데 트레일러를 보고 있자니 그동안 우려했던 일이 기우가 아니었던 것 같다. 얼마 나오지도 않는 대사가 번역이 좀 난감. ("At last, my arm is complete again!"을 "드디어 팔이 다 나았군"이라고 번역하다니, 줄거리를 새로 쓰는 수준이다;) 역자가 아직 작품을 다 보지 못하고 번역해서 그런 것이라고 믿는 게 정신 건강에 좋겠지? 애초에 번역이 불가능한 〈A Little Priest〉같은 곡도 있으니 흠을 찾아내는 레이더는 잠시 집에 두고 보러 가야 하겠지만, 어려운 작품인 만큼 실력 있는 역자가 맡았으면 좋겠다.
-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이벤트 당첨. 요런 자잘한 행운이 생활의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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