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iano Concerto No. 3 in C minor, Op. 37
Anton Bruckner
Symphony No. 7 in E major, WAB 107
Claudio Abbado(지휘)/ Lucerne Festival Orchestra
며칠 전 월말까지 써야 하는 메가박스 영화 쿠폰을 사용하러 오랜만에 (집에서 약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코엑스에 갔습니다. 마르쉐 앞에서 친구 녀석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도무지 오질 않더군요. 방학을 맞은 지 얼마 안 된 이 친구는 방학 직후 폭면(?)때문에 흐트러진 생활 리듬 때문에 그때까지 일어나지 않았던 거지요. 한 시간 반가량을 혼자서 보내야 하는 처지에 놓인 루나양. 코엑스에 혼자서 올 때면 항상 들르곤 했던 에반 레코드에 들렀습니다. 팝/락 코너를 지나 DVD 신보를 잠시 구경하고, 그 너머에 있는 또 하나의 유리문 ― 그러니까, 낙원의 문 ― 을 밀고 들어갔습니다.
들어서자마자 루나양을 반겨주는 차분한 공기에 감격하면서 낙소스 신보부터 훑어주며 아이쇼핑을 시작했습니다. 그런 루나양의 귀로 흘러들어오는 익숙한 음악이 1학년 2학기 "낭만파 음악 산책"이라는 강의의 악몽을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교향곡 하나를 통째로 외워서 그 중 30초씩을 듣고 악장과 그 위치를 알아맞히는 (15문제에 무려 30점짜리) 시험과, 그 때문에 난생처음 교향곡 악보를 손에 쥐고 멜로디 라인만이라도 외워보겠다고 무모한 도전을 하던 그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에반 레코드 클래식 코너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은 바로 그 문제의 시험곡, 브루크너 7번 교향곡이었지요. 클래식 입문자답게 교향곡보다는 피아노 혹은 바이올린 소품이나 성악곡을 선호하던 루나양이 처음으로 진지하게 무한반복해서 감상한 교향곡이 되겠습니다. 처음에는 DVD 스크린을 흘끗 보고선 다시 앨범 목록을 훑기 시작했지만, 어느새 예전에 무식하게 외웠던 주 멜로디 라인을 흥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한 루나양. 어차피 시간도 남아돌겠다, 매장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서 느긋하게 감상을 시작했습니다.
루나양이 시험을 위해서 무한 재생했던 음원은 첼리비다케의 연주였는데, 이번에 접하게 된 것은 아바도의 것이었습니다. 매장에서 틀어주는 것을 보면 신보일 거라고 추측했지요. 그래서일까, 아바도 선생님 많이 늙으셨더군요. 뭐, 예전에도 평범한 인상이었는데 지금은 정말 촌로 같은 인상이 되어버리셨습니다. 역시 모든 지휘자에게 가디너 경이나 카라얀 같은 미노년으로 늙어주기를 바라는 건 무리겠지요? (게다가 아바도 슨생님의 투병생활을 생각하면 더 그렇군요.) 예전에는 아바도에 대해서 그 평범한 인상만큼이나 별다른 감흥을 받지 못했던 루나양이었습니다. 건방지게도 지금까지 아바도를 ‘그저 무난한 지휘자’라고만 여겨왔던 빈약한 안목이 이제서야 넓혀지려는 것이었을까요? 루나양이 듣기 시작한 것은 2악장 아다지오의 중반쯤부터였는데, 침잠과 상승이 반복되는 아다지오 악장 전체가 굉장히 설득력 있게 다가오면서 절절하게 느껴지더군요. 그 장중함과 간곡함이 그대로 전해질 정도로요.
새삼스러운 눈으로 아바도를 다시 보기 시작한 루나양. 가디너 경보다는 못한(…) 평범한 외모에도 왠지 호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아다지오가 끝나고 스케르초 악장으로 넘어가기 전에 잠시 두 손을 모으고 단원들을 향해서 미소를 지어보이는 아바도 선생님이 얼마나 친근해 보이던지. "우리, 다음 악장도 잘 할 수 있죠?"라고 묻는 모습처럼 느껴졌어요. 그리고 시작된 스케르초 악장. 힘차고 씩씩한 ㅡ 마구 달리는! ㅡ 악장이라서 루나양이 좋아하는 악장이기도 합니다. 도입부의 트럼펫 솔로가 첼리비다케만큼 우렁차지 않아서 조금 실망했지만, 이윽고 관/현악기가 총동원되어서 마구 달려갈 때 즈음에는 그런 실망 같은 것은 까맣게 잊게 되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걸 느낄 수 있었지요. 아바도가 극적인 면이 부족한 지휘자라는 루나양의 편견은 와르르 무너져 내렸습니다. (3, 4악장에는 푸르트뱅글러 냄새가 나서 시대착오적이라고 하는 분도 계시던데, 그 정도의 식견이 없는 루나양에게는 그저 좋았습니다.)
친구를 기다리는 지루함도 짜증도 모두 잊게 해준 아바도 슨생님, 고마워요 :) 슨생님의 말러 연주도 언젠가는 꼭 들어볼게요.
덧. 이럴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에반 레코드 클래식 매장에서 알바하고 싶어요. ㅠ_ㅠ 시원하고 한산한 매장에 앉아서 신보를 보고 들으며 ㅡ 게다가 신간 클래식 잡지도 마음껏 볼 수 있다죠 ㅡ 하루를 보낼 수 있다니! 지상낙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