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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있는 앨범들

2007/09/25 14:02, 글쓴이 L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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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나의 환멸

- 허클베리핀


 3집 발매 후 3년 만에 나온 허클베리핀의 네 번째 앨범입니다. 겨울에 나온 싱글에 수록된 곡들도 포함되어 있네요. '싱글에 있는 곡들 다 좋아! ㅠ_ㅠ!!!!' 이러고 있었는데 정식 앨범에는 그보다 마음에 드는 넘버들도 많으니 이러깁니까? 저랑 싸웁시다!

 허클베리핀의 노래를 듣다 보면 항상 느끼는 점이지만 이소영 씨 보컬은 정말로 대단해요. '힘'이 있어요. 고음으로 질러대는 것도 아니고, 거칠게 포효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담담하게 노래하고 있을 뿐인데도 어떤 때는 으르렁거리는 뉴메틀 보컬보다 더 박력 있게 느껴집니다. 그 목소리에 실려있는 호소력, 가사 마디마디가 어쩌면 그리 절절하게 와 박히는지. 게다가 남과 차별되는 목소리 자체의 색깔도 확실히 가지고 있지 않던가요. 한국 여성 락보컬 중에서 가히 독보적인 인물이라 생각됩니다. 이번 앨범에서는 이소영 씨만의 이런 매력이 한껏 부각되어 3집보다 힘 있고 가슴에 울리는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허클베리핀만의 빛바랜 감수성도(특히 60's) 변하지 않았군요. 여전히 외곬이면서도 발전하고 있는 밴드. 멋집니다!

마음에 드는 트랙 : 휘파람, 60's, 알바트로스, 죽은 자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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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ney Todd O.S.T
- Stephen Sondheim(작곡)


 요새 LG아트에서 한창 공연하고 있는 뮤지컬이죠. 등록금을 내는 바람에 돈이 궁해져서 보러 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아직은 OST 듣는 것으로 대리만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요새 공연 상황을 보니 여기저기 가사 전달이 잘 안 된다는 평이 올라오고 궁여지책으로 주최 측에서 가사집을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는 것 같은데, OST를 들으니 확실히 그 사정이 이해가 됩니다. 가사가 너무 많고 말이 빨라서 ㅡ Sing-along이 불가능해![절규] 웬만큼 좋아하는 작품은 따라부르다 보면 가사도 외우고 대본도 외우게 되잖아요? 그런데 이 작품은 인터넷에서 가사를 찾아봐도 누락된 부분이 많네요. OTLorz 라이센스 발매된 것은 부클릿에 있는 곡 해설이 너무 성의없는 게 눈에 보여서 또 안습.

 Sing-along이 잘 안 되는 건 말이 빨라서이기도 하지만 여타 뮤지컬과 다른 멜로디 라인을 추구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실 별로 따라부르고 싶지 않은 멜로디랄까(…) 불협화음도 많고 음산하거든요. 그나마 <The Ballad of Sweeney Todd>나 <Green Finch and Linnet Bird> 같은 곡은 따라 부르기 좋지만요. 그렇다고 음악이 영 아니라는 말은 아니고요, 지금까지는 그냥 뮤지컬 넘버 따라 부르기 좋아하는 사람의 불평이었습니다. 사실 전체적인 줄거리나 분위기와 썩 잘 어울리는 음악입니다. OST만 듣는 것보다 공연 실황을 보면 더 효과적일, 그런 음악이었습니다. 게다가 저는 무턱대고 부드러움과 웅장함을 추구하는 음악보다는 이렇게 특징이 살아있는 음악이 더 취향에 맞거든요. 아무래도 10월 초에 보러 가야 하려나 봅니다.

 매력적인 작품, 매력적인 캐릭터. 그중에서도 러빗 부인이 너무 좋았습니다! (이번에 만들어진 영화에서는 헬레나 본햄 카터가 맡았다고 하던데,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매우 기대됩니다.) 처자식 있는 남자를 짝사랑하다가 결국 기회가 왔을 때 잡아버리는 대담함(?)이라든지, 복수에 불타는 스위니를 토닥거리면서 '어리석은 남자야, 내가 좀 기다리라잖니'라고 말하는 누님스러움이라든지, 의외로 요리를 잘 못하는 귀여움이라든지, 시체를 파이 재료로 쓸 생각을 하는 ㅡ '너무 낭비잖아요!' ㅡ 엽기적인 사고방식이라든지, etc. 그야말로 코믹, 로맨스, 호러, 스릴러를 망라하는 전천후 캐릭터가 아니겠어요? 게다가 비극의 여주인공이기까지.

마음에 드는 트랙 : The Worst Pies in London, Poor Thing, Green Finch and Linnet Bird, Kiss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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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Take A Walk
- 넬

 기존의 넬 곡들을 편곡하여 수록한 앨범입니다. 7월에 생일 선물로 받았는데 이제야 듣고 있습니다(…)

 <믿어선 안될 말> - 원래 1집에 수록되었던 곡으로, 라이브에서 수많은 버전을 선보였으며 음반에 수록된 것은 이 트랙을 포함해서 세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트랙은 그 세 가지 중 가장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신선함은 별로 느껴지지 않고 세련미는 3집에 수록된 버전보다 못합니다. 어딘가 안일한 편곡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 그나마 원곡처럼 후반부가 길지 않아 늘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미덕이랄까요.

 <백색왜성> - 가장 '넬다운' 편곡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원곡은 넬의 수많은 곡 중 하나로, 넬의 색깔이 들어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어쩐지 평범하다는 인상이었는데 ㅡ 게다가 4집은 그동안 낸 것 중 가장 좋아하지 않았던 앨범이어서 잘 듣지도 않았었지요. 5집에서 재반격하기는 했지만요. ㅡ 이 트랙은 정말 다르군요. 훨씬 세련되고 깊이가 생긴 느낌입니다. 길이도 두 배 가까이 길어졌지만 그다지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길게 잔상이 남는 좋은 편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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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오브 라만차 (Man Of La Mancha) O.S.T
- 조승우/김선영, 정성화/윤공주

 다른 OST처럼 여러 캐스팅 중 선별한 곡만 수록한 것이 아니라 두 가지 캐스팅이 모두 들어 있어서 놀랐습니다. 솔직히 조승우 2집만 아니면 된다는 심정이었거든요. 실제로 들어보니 조승우 씨도 기대 이상이었고 정성화 씨도 훌륭해서 제작진으로서도 어느 한 쪽을 버리기 아깝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OST였습니다. (방학 내내 고시굴에 들어가 있느라 공연을 보지 못한 저로서는 더욱 염장이었습니다.)

 꿈을 좇는 기사 돈키호테를 감동적으로 그려낸 내용도 내용이지만 무엇보다 음악이 훌륭합니다. 전에 들었던 65년 녹음은 워낙 창법이 옛날식이라 그렇게까지 좋은 줄 몰랐는데, 이제야 비로소 자신이 막귀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OTL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에 안 드는 넘버가 없습니다! 단번에 '내 멋대로 뮤지컬 차트' 상위에 랭크되었습니다. 제발 근시일 내에 다시 공연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조승우 씨는 뮤지컬 배우로서는 과대평가되었다는 것이 평소의 감상이었지만, 이 작품에서는 지킬 때보다 안정된 노래를 들려줍니다. 정성화  씨에 대해서는 《I Love You》 하실 때부터 호감도가 높았는데 ㅡ 비록 '만수 형' 이미지와 결부되어서였지만;; ㅡ 여기에서는 그야말로 감동입니다. (모든 넘버가 다 좋아서 고르기 어려웠지만 결국 정성화 씨가 부른 <이룰 수 없는 꿈>이 가장 마음에 드는 트랙이었습니다.) 김선영 씨는 언제부터인지 창녀 역할 ㅡ 막달라 마리아, 루시, 알돈자까지 ㅡ 전담 배우가 되셨는데, 내심 이 분 연기는 좀 과장된 느낌이라서 좋아하지는 않지만 목소리 톤이 역할에 어울리는 것은 사실입니다. 윤공주 씨는 아직 미숙한 느낌. 05년도 캐스팅이었던 강효성 씨의 노련함이 그립네요.
2007/09/25 14:02 2007/09/2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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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짐》 후기

2007/09/21 22:59, 글쓴이 LuNa
연극 《짐》 (극단 물리)
각본 : 정복근
연출 : 한태숙
장소 : 남산 드라마 센터


 <판타스틱> 홈페이지 이벤트에 당첨되어 보게 된 공연. 안 그래도 공연이 고팠던 터라 ㅡ 연극관람은 거의 석 달 만이다 ㅡ 잘 되었다 싶었다.

 어둠 속에서 뻗어나온 한 줄기 희미한 조명, 반라의 사람들이 둘씩 짝을 지어 나와 서로 안고 업고 던졌다가도 다시 매달린다. 이때만큼은 연극이 시작부터 끝까지 전위예술로 가는 것이 아닐까 정말 불안했다. 전에 한 번 시놉시스만 보고 스토리가 있는 작품이겠거니 하고 보러 갔다가 얼이 빠져서 나온 전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한 그런 유의 작품은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와서 생각해 보니 의외로 오프닝의 이 장면이 상당히 의미있었다. 무대 한가운데 흉물스럽게 놓여 있는 '짐'이라는 물체 그 자체보다는, 내던지고 뿌리쳐도 다시 돌아와 매달리는 사람들, 자꾸 노망부리면 버리고 도망간다는 손자의 말에 '붙잡고 늘어져서 놓지 않을 것'이라는 할머니의 대사가 이 작품의 '짐'에 더 가깝다.

 어느 날 요시코라는 여인이 보내온 오래된 짐꾸러미. 50년 전 할아버지가 해변에서 주워와 보관하고 있던 짐이라는 모호한 설명에 윤식은 자기 것이 아니라며 돌려보내지만 소용이 없다. 서로 짐을 반송하며 편지로 소모적인 논쟁을 하는 두 사람. 그 사연은 광복 후 강제징용되었었던 사람들을 부산항으로 실어나르기로 되어 있었던 우키시마호 폭파 사건에 얽혀 있었다.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힌 듯한 요시코의 할아버지와 노망나서 헛소리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윤식의 할머니가 감상의 포인트.

 두 사람의 실랑이 가운데 유령들이 하나둘씩 되살아나 과거의 사건을 재현한다. 그동안 자행된 일이 밝혀지는 것을 꺼려한 일제에 의해 우키시마호는 일부러 연료도, 승무원도 없이 폭탄이 설치되어 있는 위험 수역으로 보내지고, 승선한 7천 명의 조선인들은 그대로 수장되고 만다. 특유의 비장한 분위기와 죽음의 절박함 때문에 재난 영화도 보기 싫어하는 나인지라 사람들이 발버둥치다가 팔다리를 위로 하고 천천히 물속으로 가라앉는 연기는 유령들이 해변에서 구슬프게 우는 장면보다도 섬뜩하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무서운'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는 데 같이 간 셀린도 동의했다.)

 요시코의 할아버지는 조선인들이 타고 갈 배에 관한 흉흉한 소문을 들었지만, 이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다 결국 알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요시코는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있었던 일 때문에 고통받고, 태중에 있는 아이도 나중에 그런 고통을 물려받을지 모른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윤식의 할아버지는 위안부로 끌려갔던 누이가 돌아오면 '집안의 수치'인지라 양잿물을 먹여 뒷동산에 파묻어 버릴 생각이었다. 그래서 윤식의 할머니는 시누이의 편지를 감추어 버린다. 윤식 역시 '구질구질하고 혐오스러워서' 과거의 일들을 햇빛 아래 직시하는 것을 피하려 한다.
 버려도 버려도 되돌아오는 짐, 결국 마지막까지 풀어보지도 못하고 서로 떠넘기려 하는 짐은 누구에게 가야 하는지. 윤식의 말대로 잘 '삭여서 발효시키면' 그제야 묻어버릴 수 있는 부드러운 흙이 된다는 것인지. 그동안 누누이 언급되어왔던 과거의 '빚'과는 분명 다른 문제일 텐데.

 인터미션이 없는 75분 정도의 짧은 공연이었다. 소재가 소재인지라 딱히 깔끔한 결말이 나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설마 여기서 끝내지는 않겠지'라고 생각했던 부분에서 정확히 끝나 버려 석연치 않은 느낌이다. 조명이 밝아지고 배우들은 활짝 웃고 있었지만 왠지 갈채에 동참할 기분은 나지 않았다. 공연 내내 깔려 있던 무거운 분위기를 박수로 일순간에 날려버리는 것 같아서. (그래도 좋은 공연에 대한 답례로 열심히 치기는 했다.)

2007/09/21 22:59 2007/09/21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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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인생의 이야기 - 테드 창

2007/05/27 13:25, 글쓴이 LuNa

 경제학원론 레폿 쓰기 싫어서 뭉기적거리고 있다가 레폿이라는 것을 써본 지 백만 년(작년 겨울에 쓰고 안 썼음)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전에 썼던 레폿들을 꺼내서 훑어보는데 이런 것이 나왔군요. 지난 해 <환상 문학의 세계> 수업에 제출했던 테드 창의 「네 인생의 이야기」 비평입니다. 다시 읽어보니 부족한 부분이 많아 새삼 부끄러워지지만 나름대로 재미있는 부분도 있어 발췌하여 올려둡니다. 큰 목차 넷 중 둘째 부분입니다. (각주는 인용주만 괄호 안에 간략하게 표시함으로 대체하였음.)



(전략)
 문학은 일차적으로 음악과 함께 시간적인 예술의 범주에 속한다. 특히 소설이 인간 체험의 한 측면을 드러내어 보여준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소설의 주제와 형식이 시간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문학의 주제는 삶의 진행, 육체적이건 정신적이건 간에 시간 속에서 진행되는 사건, 시간 속에 위치해 있으면서 여러 가지의 시간 감각을 가지고 있는 작중인물 등과 관계되어 있”기 때문이다(Mendilow). 그러나 여기에서는 문학에서 시간 자체가 차지하는 철학적 의미에 대한 깊은 논의는 하지 않을 것이다. 「네 인생의 이야기」에 나타나는 시간은 마이어호프가 제시하는 문학에서의 시간의 제 측면의 범주에 속하지 않으며, 그가 말하는 시간의 의미에 대해서도 특별히 천착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대신, 다음에서는 「네 인생의 이야기」에 나타나는 시간적 요소가 이 작품의 구조와 주제 구현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알아보고,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서 살펴보기로 하겠다.

이어서 읽기

2007/05/27 13:25 2007/05/27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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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3》의 교훈

2007/05/13 16:51, 글쓴이 LuNa
 역시 사람은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

 귀한 재벌집 잘생긴 아들로 태어나 여느 멜로물 같으면 당장 주인공 자리를 선점했을 법도 한데, 쓸데없이 잘난(천재 + 수퍼 히어로) 친구 하나 뒀다가 아버지 사랑 뺏겨, 애인 뺏겨, 아버지는 죽고, 자기는 얼굴 망치고 성격 더럽히고 기억 상실증에 결국은 제명에 못 죽기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선 언제나 자신은 손해만 봐도 주인공 앞에서는 환하디 환한 미소를 보여주는 존재인 '주인공 친구'인 고로 결국 "우린 친구잖아!" 이 한 마디로 모든 것이 해피 엔딩. 주인공은 베스트 프랜드의 우정을 계기로 더욱 성장하여 강해진다! …아니, 이게 무슨 소년만화도 아니고(맞나?). orz
덧. 거미사나이보다 변신 해리 쪽이 더 멋있다고 생각하신 분 안 계신가요? 저는 보는 내내 엄청난 출력을 자랑하는 해리의 장비를 보면서 '역시 돈이 좋구나'라고 생각했답니다.
2007/05/13 16:51 2007/05/1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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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판타스틱> 창간호

2007/04/30 17:40, 글쓴이 LuNa
 정기구독 신청해서 방금 받았습니다. (배송은 우체국 택배였습니다. 정기구독하실 분은 참고하시길.)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서 잠깐 훑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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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창간호 특별 선물 티셔츠 입니다. 표지는 동그란 구멍이 뚫린 노란색 종이를 젖히면 원래 일러스트를 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것은 배송 중에 그랬는지 책 중간 부분이 약간 세로로 찢겨나가 있네요.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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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30 17:40 2007/04/3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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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헤 푸르타도, 꽃섬

2007/03/21 23:13, 글쓴이 LuNa
꽃섬(Ilha das Flores)호르헤 푸르타도, 브라질, 1989.
보기 (영어자막, 12분)

 작년 여름인가, EBS에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매일 다큐멘터리를 이어서 방영해준 적이 있다. 그 중 몇 편은 루나양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기억과 망각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은 작품이 한 편 있었으니, 바로 호르헤 푸르타도의 '꽃섬'이다. 짧지만 강렬했던 메시지, 그리고 비교적 기억하기 쉬운 제목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작품은 루나양의 기억 한 편에 자리 잡았고, 어느 날 문득 '나 기억하지?'라고 아는 척을 해왔다.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 치고는 무척 짧다. 게다가 유머러스하다. 하지만 흡사 마인드맵을 그리듯이 진행되는 나레이션 때문에 약간 난잡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덕분에 처음 봤을 때는 거의 끝부분까지 가서야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감이 왔다. (처음에는 토마토의 유익함을 강조하는 정보성 다큐인줄 알았다.) 다행히 길이도 짧고 전혀 지루하지 않아서 끝까지 볼 수 있었다.

 길지도 않은 작품에서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도 계속 바뀌고 툭하면 삼천포로 빠지지만, 나레이터는 '인간은 고도로 발달된 두뇌와 엄지손가락을 지닌 생물이다'라는 하나의 전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것은 인간이 돼지나 닭 여타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특징이라고 강조하면서. 그래서 작품은 처음에는 인간의 특징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토마토 농장, 슈퍼마켓과 가정집, 꽃섬으로 카메라를 이동하며 인간이 그 발달된 뇌와 손가락을 이용해서 만들어낸 것, 경제활동에 초점을 맞춘다.

 스즈끼 씨는 토마토를 길러 시장에 팔고, 아네트 부인은 향수를 팔아 만든 돈으로 그 토마토를 산다. 돼지고기 요리에 쓸 소스를 만들기 위해서다. 소스로 만들기 적합하지 않은 토마토는 버려지고, 쓰레기 처리장인 '꽃섬'으로 간다. 꽃섬에는 이름과 달리 꽃은 없지만 돼지는 있다. 그리고 토마토는 돼지에게 좋은 먹잇감이다. 돼지의 먹이로 쓰기 적합하지 않은 토마토와 기타 음식물 쓰레기는 꽃섬에 모여든 여자와 아이들이 주워간다.

 돼지 주인과 꽃섬의 사람들은 모두 앞서 언급한 인간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꽃섬의 사람들은 돼지 주인이 갖고 있지만 자신들에게는 없는 어떤 것, 바로 돈 때문에 돼지보다 못한 처지로 전락한다. 돈 많은 주인을 둔 돼지가 돈 없는 여자와 아이들보다 우선하는 것이다. 여기에 이어지는 마지막 나레이션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점은 고도로 발달된 두뇌와 엄지손가락을 지녔으며, 자유롭다는 것이다. 자유롭다는 것은 '자유'를 가진 상태이며, '자유'란 바로 사람들의 꿈이 먹고사는 것이다. 그것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해는 누구나 다 한다.

 인간은 그 발달된 두뇌와 손가락으로 상품과 화폐와 교환가치를 만들어냈고, 그 결과 오늘날 대체로 풍족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인간에게서 '자유'를 앗아가는 비인간적인 측면 또한 그러한 경제 체제에 내재해 있다는 사실을 이 작품은 어떤 감상적인 말이나 분위기를 첨가하지 않고서도 매우 강렬하게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부분은 어떤 의미에서는 머리가 '딩'하고 울릴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1989년에 제작된 작품이지만 오늘날까지도 이런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물론 그 당시 푸르타도 감독이 제기한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말도 되지만.
2007/03/21 23:13 2007/03/21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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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수수께끼 변주곡》

2007/01/14 22:29, 글쓴이 L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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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수수께끼 변주곡》


원작 : 에릭-엠마누엘 슈미트
연출 : 김광보
장소 : 산울림 소극장
출연 : 홍원기(아벨 주노르코), 오재균(에릭 라르슨)


 이것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작품 스포일은 하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시놉시스 정도의 내용은 있지만.)

 어두운 오두막을 배경으로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이 흐릅니다. 관객들을 놀라게 하는 두 발의 총성이 들려오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아벨 주노르코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며 전세계에 명성을 떨치고 있지만 십수 년 전부터 외딴 섬에 은둔하며 방문을 거절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례적으로 인터뷰를 허락받은 기자 에릭 라르슨이 그를 방문하지요. 기자의 관심은 노작가가 새로 발표한 작품, 형이상학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던 전작과는 달리 '사랑'이라는 평범한 주제를 담은 소설에 있었습니다. 소설의 내용은 반 년 동안 육체적인 사랑을 나눈 한 커플이 헤어져서 15년간 서로에게 쓴 편지를 그대로 담고 있었습니다. 기자는 이 작품이 실제의 커플, 어쩌면 노작가 자신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고 그를 추궁합니다. 그러나 노작가는 기자의 등장 때부터 총을 쏘아 대며 괴팍함을 과시하고 계속해서 그를 조롱하지요. : "당신은 거짓말을 만들어내는 작가에게서 진실을 찾으려 하고 있구먼. 그런데 나보다 거짓말을 잘 만들어내는 사람이 있던가?"

 여기에서 관객들은 두 등장인물이 모두 서로에게 무언가를 감추고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기자는 노작가의 소설이 그 자신의 이야기라는 고백을 끌어내려 집요하게 추궁하고, 노작가는 그 사실을 계속해서 부인하며 기자를 조롱합니다. 조롱당한 기자는 화가 나서 오두막을 떠나려 하지만 노작가는 기자를 놀렸던 것이 모두 장난이었다는 듯 그가 못 떠나게 하려고 안달입니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기자에게 거래를 제안하지요. 도대체 두 사람이 서로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첫째 의문은 의외로 간단하게 풀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벨 주노르코는 자신이 헬렌이라는 여인 ㅡ 그녀는 기자와 한 동네에 살고 있음이 밝혀집니다 ㅡ 과 15년간 나누었던 플라토닉한 사랑에 대해서 기자에게 말해줍니다. 처음 만났을 때 눈길을 사로잡았던 그녀의 추함, 반 년 동안 사귀면서 육체적으로는 가까웠지만 결국엔 둘이 하나가 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두려움, 그래서 편지 쓰기를 제안한 후 지금까지 나눈 감정들을 낱낱이 말하는 그는 더이상 "사랑이란 사람들이 만들어낸 인생 속의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말하던 괴팍한 노작가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때까지 평범하고 고지식한 인상을 유지하고 있던 기자 에릭 라르슨은 작가를 혹독하게 비난하기 시작합니다. : "당신은 그녀를 버렸습니다. 당신은 그녀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그녀의 부재를 사랑했습니다. 당신이 알고 있는 그녀는 당신이 만들어낸 상에 불과합니다. 당신은 그녀에 대해서 무엇을 알고 있습니까?"
 이제 에릭 라르슨은 작가가 떠나라고 해도 거부하고 이 문제에 대해 그와 더 이야기하기를 원합니다. 그의 태도는 단지 아는 여자가 버림받았다는 사실에 대해 분노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침착하면서도 진지합니다. 그리고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의해서 은둔한 작가와 그의 일상에 침범한 기자의 관계는 시시각각 변해갑니다.

 기자의 비난에 대한 작가의 항변을 들으며 생각했습니다. '그는 불멸의 사랑을 믿고 있구나.' 그는 육체적인 사랑 끝에 도저히 그 길로는 두 사람이 하나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더 가까이 다가가면 나중에는 그만큼 더 멀어져야 하니까요. 그래서 그가 택한 것이 만남 없는 편지의 교환이었습니다. 그리고 편지를 통해 그녀와 인생과 철학에 대해 토론하고, 그의 작품에 대해 누구보다 충실한 비평과 조언을 얻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정신적인 면까지 사랑하게 되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기자가 말하는 사랑은 그와는 대조적입니다. 그는 '일상적인' 사랑을 믿습니다. 곁에 있으면 편하고, 상대방이 다칠까봐 염려해주며, 상대가 아프면 자신도 아파하는 사랑에 대해서 말합니다. 그리고 작가는 그런 사랑과 그것을 믿는 기자를 조롱합니다. 하지만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사랑이 한 가지 모습일 수 있을까요?

 이 작품의 제목 《수수께끼 변주곡》은 에드워드 엘가의 동명의 음악에서 차용한 것이고, 작품에서도 이 음악은 매우 중요한 의미로 사용됩니다. 이 곡에 얽힌 이야기가 작중에서도 언급되는데, 널리 알려진 멜로디를 변주해서 만든 곡이지만 누구도 원 멜로디를 알지 못해 말 그대로 '수수께끼'가 되어버린 이 곡은 마치 알 듯 모를 듯 실체가 없는 사랑을 비유하는 것 같습니다. 편지의 여인 헬렌은 주노르코에게 이 음악이 담긴 레코드를 선물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 "우리가 사랑을 할 때 우리는 누구를 사랑하는 것일까요. 알 수 없어요."
 또 하나, 《수수께끼 변주곡》에 숨겨진 반전들은 매우 극적이긴 하지만 감 좋은 관객들이라면 대부분 미리 알아차릴 만한 것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작은 비밀들은 조심스럽게, 그리고 치밀하게 감추어져 있다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며 인물들의 관계를 변화시킵니다. 그러기에 이 작품은 반전 드라마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수수께끼를 '변주'하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딱 어울리는 제목인 셈이지요.

 《수수께끼 변주곡》이 흐르는 가운데 에릭 라르슨은, 그리고 아벨 주노르코는 자신에게, 서로에게 묻습니다. 아벨 주노르코가 사랑했던 것은 과연 헬렌이라는 한 여인이었을까요, 그가 머릿속에서 그린 그 여인의 이상적인 형상이었을까요, 아니면 그 이미지를 만들어낸 장본인일까요? 그가 쓴 소설 ㅡ 결국에는 그와 헬렌이 주고받은 편지를 엮은 ㅡ 은 결국 가장 아름다운 거짓말이 담긴 '소설'이었던 걸까요? 이 수수께끼 앞에서 두 사람은 분노하고, 후회하고, 위로하고, 회상합니다.

 에릭 라르슨의 역할을 맡았던 오재균 씨의 연기는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비밀을 감추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평범한 신문 기자 행세를 하는 라르슨의 부드러우면서 정곡을 찌르는 날카로운 대사를 무척 잘 소화하더군요. 작품 내내 그 부드럽고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다가 마지막에 감정이 격앙되어 "내가 본 그 빛은 두려움이었습니다. 살아있었습니다! 살아있단 말입니다!"라고 외칠 때에는 그대로 가슴이 철렁. 캐릭터 자체도 굉장히 매력적이었고 ㅡ 반면에 아벨 주노르코는 조금 정형화된 감이 있었습니다 ㅡ 연기도 훌륭해서 마음껏 감정 이입이 가능했습니다.

 추운 겨울날 저녁, 한 편의 잘 짜인 심리극과 러브 스토리를 원하시는 분, 그리고 잠시 혼자서 상념의 시간을 가지고 싶은 분에게 추천합니다.


덧 하나. 그런데 이 작품에서 윌슨x하우스의 인상을 받은 건 저뿐일까요? -_-;
덧 둘. 산울림 카페는 음료 값이 비싸지만 대신 굉장히 양이 많고 맛이 좋더군요. 운치도 있고.
2007/01/14 22:29 2007/01/14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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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SF 2호가 왔네요 :)

2006/11/23 00:12, 글쓴이 LuNa
 2년 만에 발간된 과학소설 무크지 Happy SF 2호가 오늘에서야 도착했습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1호에 비해 많이 두툼해졌다는(1.5배 정도?) 사실이 첫째 기쁨을 안겨주었고, 보다 길어진 수록 작품 목록도 기쁨을 더해주었습니다.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의 중편(「슬픔의 산맥」) 한 편도 수록되어 있고, 무엇보다 창작 SF가 여섯 편이나 실려 있어요! 게다가 권말 부록인 「국내 출판된 SF에 대한 모든 것!」의 친절함에는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탐독을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책장을 넘기던 중 「스윙 바이」라는 단편에 눈길이 가더군요. 그래서 그 글부터 읽었는데, 와아, 대단한 유머 감각입니다. 농도 짙은 서술에 얼굴이 뜨끈해지기도 하지만, 약간 짓궃은 유머와 지나치게 무겁지 않은 잔잔한 감동이 공존하고 있는 글이었습니다. 다른 단편들은 어떨지 더욱 기대되네요. 어서 지금 읽고 있는 닐 스티븐슨의 『바로크 사이클』을 끝내야 할텐데요, 흑흑.
2006/11/23 00:12 2006/11/23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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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의 함》 보고 왔습니다.

2006/07/14 20:20, 글쓴이 LuNa
 폭풍우와 대면하고도 신을 두려워하지 않은 죄로 영원히 안식을 얻지 못하고 유령선과 함께 바다를 떠다니도록 저주받은 자, 그를 가리켜 사람들은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이라고 부른다. 살아 있지도, 죽어 있지도 않은 상태로 방황하며 지쳐가는 그가 구원받을 수 있는 길은 오직 한가지. 바로 한 여인의 진실한 사랑을 얻는 것뿐이다. 그녀의 진실한 사랑과 자기 희생으로써 비로소 방황하는 네덜란드인과 그의 유령 선원들은 영원한 안식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루나양이 알고 있던 'Flying Dutchman' 전설은 이런 거였거든요? 물론 바그너 식이니까 '여인의 진실한 사랑으로 구원받는다'는 부분은 각색된 거라 치더라도, 적어도 문어 머리 선장과 그의 해산물 총출동 선원들, 펄떡펄떡 근력을 자랑하는 싱싱한 심장 등등 꿈에서 볼까 두려운 시각적 공해는 등장하지 않았단 말입니다. 봄부터 기다려왔던 영화인지라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보고 왔지만 글쎄요, 지금 루나양의 머릿속에는 미끈미끈한 촉수가 가득합니다. 바그너 오페라같은 건 바라지도 않았지만, 사랑때문에 심장을 빼내었다는 이야기로 시작되는 전설이라면 조금쯤은 로맨틱한 구석이 있어도 좋잖아요. 캡틴 바보사는 귀여운 면이라도 있었는데 데비 존스를 보면 그냥 할 말이 없어집니다. (영화 보는 내내 콧구멍을 뚫어주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역시 속편이다 보니 전편에서와는 매우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등장인물들. 그중에서도 으뜸은 역시 노링턴 제독이었습니다. 완벽한 신사에다가 깔끔한 외양을 자랑하던 노링턴도 실연의 아픔만은 이길 수가 없었는지 블랙 펄의 해적들 중 누구보다도 지저분한 꼴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진짜 해적 뺨치는 그 약삭빠른 기회주의에 이기주의라니! 당신, 드디어 사나이가 되었군요? 어찌나 극적인 변화인지, 이 사람에 비하면 윌 터너는 별 볼일 없다는 생각까지 드네요. 리즈 누님은 어째서 신사와 해적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서있는 윌을 택한 걸까요. (하긴, 엘프 왕자님이 좀 유능하기는 하지요. 대장장이 주제에 벼락출세해서 농성전을 지휘하질 않나, 역시 대장장이 주제에 전설상의 괴물을 상대로 해상 전투를 지휘하질 않나. 지나치게 유능한 주인공들 미워요. 투덜투덜)

 많은 분들이 내용 잘라먹기와 낚시질에 대해서 분개하셨던 것 같은데, 루나양은 그런 평들을 듣고 '낚시질이더라도 실망하지 말아야지'라고 각오하고 가서인지 오히려 아무 생각 없이 재미있게 웃을 수 있는 장면들이 많았어요. 원래 아무 대사 없이 액션만 나오는 씬이 길어지면 도리 없이 잠에 빠지는 루나양이지만, 식인종에게서 탈출하는 장면이나 죽음의 섬에서의 칼부림 장면들은 상당히 볼 만 했습니다. 하지만 캡틴 잭 스패로우가 등장하는 장면이 줄어든 것은 여전히 서글픈 요소 중 하나. 뜬금없이 터너 가의 부성애를 조명할 시간이 있었으면 우리 선장님에게도 그 정도 시간은 할애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결국은 엔딩에 가서야 선장님답지 않은 폼을 잔뜩 잡으면서 괴물에게 잡혀가는 겁니까? (아니, 그 이전에 무슨 '납치된 공주'도 아니고(…) ㅠ_ㅠ)

 그래도 다음 편이 기대되는 것은 선장님이 이대로 잡아먹힐 분이 아니라는 믿음과, "선장님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지구 끝까지라도!"라며 로망을 불태우는 열혈 선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낚시질이라는 게 뻔히 보여도 입질할 수밖에 없는 신세가 되었지만, 어쩌겠습니까? 그래도 어정쩡하게 중간에 낀 2편보다는 뭔가 매듭이 지어지는 3편이 훨씬 볼 만 하겠지요. 그때까지는 열심히 입질만 하면서 파닥거려야 하나 봅니다(…)

하나. 한동안 해산물은 가까이 하고 싶지도 않아요.
둘. 그런데 3편은 언제 개봉하는 거지요? -_-?
2006/07/14 20:20 2006/07/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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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퀘이크 - 커트 보네거트

2006/07/12 12:42, 글쓴이 LuNa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구나'라는 생각이 든 순간, 갑자기 억울해졌다. 아직 『태초의 밤』도, 『자동 피아노』도, 『챔피온들의 아침식사』도 읽지 못했는데 여기서 끝내버리다니. 멋도 모르고 이 책부터 집어 버린 자신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이 작품은 '마침표'의 느낌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이걸 먼저 읽고 비로소 커트 보네거트의 다른 작품들을 읽는다는 것은 엄청나게 몰상식한 짓이 될 것이다. 그는 『타임 퀘이크』를 통해서 그동안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들을 다 쏟아낸 것처럼 보인다. 그러니 이 작품을 끝으로 소설 창작을 그만두겠다는 결심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사족을 붙이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이 작품에는 보네거트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다른 작품들에서 그를 대변하곤 했던 킬고어 트라우트와 작가의 목소리인 '나'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런 시선의 엇갈림 가운데 작가의 메시지는 보다 선명하게 다가온다.  현대 문명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인류의 어리석음을 비꼬는 것처럼 들리는 독설과 블랙 유머는 여전하다. 어떤 이는 보네거트에게서 나타나는 인간에 대한 혐오에 머리가 아파질 지경이라고 말하지만, 글쎄? 그의 빈정거림과 질책들은 오히려 애정의 표현으로 해석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인간의 무지와 탐욕, 비열함과 잔인함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너희들을 좋아해"라고 흐느낄 수밖에 없는 아일페사스처럼.

 나는 염세주의자가 있다는 것을 믿지 않지만, 만약 있다고 해도 보네거트만은 그런 종류의 사람이 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고? 그는 재미를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나는 그의 소설을 약간의 씁쓸함을 느끼면서도 여전히 유쾌하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역시 아직 안 읽어본 그의 다른 작품들을 마저 읽는 일은 훨씬 나중으로 미뤄두어야겠다. 아무래도 이 마침표의 여운이 상당히 오래갈 것 같으니까.
2006/07/12 12:42 2006/07/12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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