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허클베리핀
3집 발매 후 3년 만에 나온 허클베리핀의 네 번째 앨범입니다. 겨울에 나온 싱글에 수록된 곡들도 포함되어 있네요. '싱글에 있는 곡들 다 좋아! ㅠ_ㅠ!!!!' 이러고 있었는데 정식 앨범에는 그보다 마음에 드는 넘버들도 많으니… 이러깁니까? 저랑 싸웁시다!
허클베리핀의 노래를 듣다 보면 항상 느끼는 점이지만 이소영 씨 보컬은 정말로 대단해요. '힘'이 있어요. 고음으로 질러대는 것도 아니고, 거칠게 포효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담담하게 노래하고 있을 뿐인데도 어떤 때는 으르렁거리는 뉴메틀 보컬보다 더 박력 있게 느껴집니다. 그 목소리에 실려있는 호소력, 가사 마디마디가 어쩌면 그리 절절하게 와 박히는지. 게다가 남과 차별되는 목소리 자체의 색깔도 확실히 가지고 있지 않던가요. 한국 여성 락보컬 중에서 가히 독보적인 인물이라 생각됩니다. 이번 앨범에서는 이소영 씨만의 이런 매력이 한껏 부각되어 3집보다 힘 있고 가슴에 울리는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허클베리핀만의 빛바랜 감수성도(특히 60's) 변하지 않았군요. 여전히 외곬이면서도 발전하고 있는 밴드. 멋집니다!
마음에 드는 트랙 : 휘파람, 60's, 알바트로스, 죽은 자의 밤

- Stephen Sondheim(작곡)
요새 LG아트에서 한창 공연하고 있는 뮤지컬이죠. 등록금을 내는 바람에 돈이 궁해져서 보러 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아직은 OST 듣는 것으로 대리만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요새 공연 상황을 보니 여기저기 가사 전달이 잘 안 된다는 평이 올라오고 궁여지책으로 주최 측에서 가사집을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는 것 같은데, OST를 들으니 확실히 그 사정이 이해가 됩니다. 가사가 너무 많고 말이 빨라서 ㅡ Sing-along이 불가능해![절규] 웬만큼 좋아하는 작품은 따라부르다 보면 가사도 외우고 대본도 외우게 되잖아요? 그런데 이 작품은 인터넷에서 가사를 찾아봐도 누락된 부분이 많네요. OTLorz 라이센스 발매된 것은 부클릿에 있는 곡 해설이 너무 성의없는 게 눈에 보여서 또 안습.
Sing-along이 잘 안 되는 건 말이 빨라서이기도 하지만 여타 뮤지컬과 다른 멜로디 라인을 추구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실 별로 따라부르고 싶지 않은 멜로디랄까(…) 불협화음도 많고 음산하거든요. 그나마 <The Ballad of Sweeney Todd>나 <Green Finch and Linnet Bird> 같은 곡은 따라 부르기 좋지만요. 그렇다고 음악이 영 아니라는 말은 아니고요, 지금까지는 그냥 뮤지컬 넘버 따라 부르기 좋아하는 사람의 불평이었습니다. 사실 전체적인 줄거리나 분위기와 썩 잘 어울리는 음악입니다. OST만 듣는 것보다 공연 실황을 보면 더 효과적일, 그런 음악이었습니다. 게다가 저는 무턱대고 부드러움과 웅장함을 추구하는 음악보다는 이렇게 특징이 살아있는 음악이 더 취향에 맞거든요. 아무래도 10월 초에 보러 가야 하려나 봅니다.
매력적인 작품, 매력적인 캐릭터. 그중에서도 러빗 부인이 너무 좋았습니다! (이번에 만들어진 영화에서는 헬레나 본햄 카터가 맡았다고 하던데,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매우 기대됩니다.) 처자식 있는 남자를 짝사랑하다가 결국 기회가 왔을 때 잡아버리는 대담함(?)이라든지, 복수에 불타는 스위니를 토닥거리면서 '어리석은 남자야, 내가 좀 기다리라잖니'라고 말하는 누님스러움이라든지, 의외로 요리를 잘 못하는 귀여움이라든지, 시체를 파이 재료로 쓸 생각을 하는 ㅡ '너무 낭비잖아요!' ㅡ 엽기적인 사고방식이라든지, etc. 그야말로 코믹, 로맨스, 호러, 스릴러를 망라하는 전천후 캐릭터가 아니겠어요? 게다가 비극의 여주인공이기까지.
마음에 드는 트랙 : The Worst Pies in London, Poor Thing, Green Finch and Linnet Bird, Kiss Me

- 넬
기존의 넬 곡들을 편곡하여 수록한 앨범입니다. 7월에 생일 선물로 받았는데 이제야 듣고 있습니다(…)
<믿어선 안될 말> - 원래 1집에 수록되었던 곡으로, 라이브에서 수많은 버전을 선보였으며 음반에 수록된 것은 이 트랙을 포함해서 세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트랙은 그 세 가지 중 가장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신선함은 별로 느껴지지 않고 세련미는 3집에 수록된 버전보다 못합니다. 어딘가 안일한 편곡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 그나마 원곡처럼 후반부가 길지 않아 늘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미덕이랄까요.
<백색왜성> - 가장 '넬다운' 편곡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원곡은 넬의 수많은 곡 중 하나로, 넬의 색깔이 들어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어쩐지 평범하다는 인상이었는데 ㅡ 게다가 4집은 그동안 낸 것 중 가장 좋아하지 않았던 앨범이어서 잘 듣지도 않았었지요. 5집에서 재반격하기는 했지만요. ㅡ 이 트랙은 정말 다르군요. 훨씬 세련되고 깊이가 생긴 느낌입니다. 길이도 두 배 가까이 길어졌지만 그다지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길게 잔상이 남는 좋은 편곡입니다.

- 조승우/김선영, 정성화/윤공주
다른 OST처럼 여러 캐스팅 중 선별한 곡만 수록한 것이 아니라 두 가지 캐스팅이 모두 들어 있어서 놀랐습니다. 솔직히 조승우 2집만 아니면 된다는 심정이었거든요. 실제로 들어보니 조승우 씨도 기대 이상이었고 정성화 씨도 훌륭해서 제작진으로서도 어느 한 쪽을 버리기 아깝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OST였습니다. (방학 내내 고시굴에 들어가 있느라 공연을 보지 못한 저로서는 더욱 염장이었습니다.)
꿈을 좇는 기사 돈키호테를 감동적으로 그려낸 내용도 내용이지만 무엇보다 음악이 훌륭합니다. 전에 들었던 65년 녹음은 워낙 창법이 옛날식이라 그렇게까지 좋은 줄 몰랐는데, 이제야 비로소 자신이 막귀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OTL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에 안 드는 넘버가 없습니다! 단번에 '내 멋대로 뮤지컬 차트' 상위에 랭크되었습니다. 제발 근시일 내에 다시 공연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조승우 씨는 뮤지컬 배우로서는 과대평가되었다는 것이 평소의 감상이었지만, 이 작품에서는 지킬 때보다 안정된 노래를 들려줍니다. 정성화 씨에 대해서는 《I Love You》 하실 때부터 호감도가 높았는데 ㅡ 비록 '만수 형' 이미지와 결부되어서였지만;; ㅡ 여기에서는 그야말로 감동입니다. (모든 넘버가 다 좋아서 고르기 어려웠지만 결국 정성화 씨가 부른 <이룰 수 없는 꿈>이 가장 마음에 드는 트랙이었습니다.) 김선영 씨는 언제부터인지 창녀 역할 ㅡ 막달라 마리아, 루시, 알돈자까지 ㅡ 전담 배우가 되셨는데, 내심 이 분 연기는 좀 과장된 느낌이라서 좋아하지는 않지만 목소리 톤이 역할에 어울리는 것은 사실입니다. 윤공주 씨는 아직 미숙한 느낌. 05년도 캐스팅이었던 강효성 씨의 노련함이 그립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