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뚫는 남자(Le Passe-Muraille)
일시 : 12월 12일 오후 8시
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캐스팅 : 남경주(뒤티율), 정명은(이사벨), 김성기(의사, 경찰, 변호사) 외
일시 : 12월 12일 오후 8시
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캐스팅 : 남경주(뒤티율), 정명은(이사벨), 김성기(의사, 경찰, 변호사) 외
'벽뚫남'을 드디어 보고 왔습니다. 시험 기간이라 같이 볼 사람이 없었는데 결국 친구 하나를 낚는 데 성공했지요. 원작인 마르셀 에메의 단편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를 아주 재미있게 읽은 기억도 있고, 전에 공연했을 때 평도 좋았던 것 같아서 기대가 컸습니다.
원작은 단편이라고 해도 짧은 편인데 두 시간짜리 뮤지컬로 만들다 보니 원래 줄거리에 보태진 내용이 많더군요. 일단 전쟁 후 뒤숭숭한 분위기의 파리라는 배경을 조성하고, 뒤티율의 직장 동료들, 경찰, 몽마르트의 주민들인 신문팔이, 거지, 매춘부 등 등장인물도 많아진데다가, 주인공의 로맨스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주는 검사와의 대결 장면이 추가되었습니다. 확실히 스토리 라인이 더욱 유머러스하고 아기자기해진 느낌은 있었지만 에메의 원작에서 느껴지던 은근히 꼬아주는 어조나 기발한 느낌은 덜해진 것 같습니다.
남경주 씨야 워낙 관록 있는 배우이니 달리 말할 것이 없네요. 그런데 제 말귀가 어두운 건지 가사를 알아듣기 힘든 부분이 몇 군데 있었습니다. 내용 파악이 힘들 정도는 아니었지만요. 정명은 씨는 전에 《맨 오브 라만차 OST》를 들으면서 상당한 미성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들어보니 역시 그렇더군요. (부차적인 감상으로는, 너무 말라서 러브씬에서 남경주 씨가 안고 붕붕 돌릴 때 날아갈까 봐 걱정했답니다.) 그리고 조연들의 연기가 참 좋았는데요, 특히 김성기 씨의 의사 연기가 일품이었습니다. 코믹 연기를 너무 능청스럽게 잘하세요. 다른 조연들도 1인 다역을 거뜬히 해내면서 캐릭터별 개성을 노래에서 표현하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오세준 씨가 "나는 형무소 소자응~ 재미 없어응~"할 때 얼마나 웃었는지. 조정석 씨는 왜인지 여성 관객들에게 인기가 많더군요(…).
오랜만에 코믹한 뮤지컬을 보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만큼 결말이 많이 갑작스러운 느낌입니다. 책으로 읽어 결말을 알고야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황당하다고까지 생각했을 거예요. 그렇게 긴 러브씬을 보여주고서(“어디서 커플질이야!”) 갑자기 그렇게 되니 알고 있었어도 헛웃음이 나더군요. 끝나고 나오면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고는 마음이 더더욱 허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