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작품에는 보네거트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다른 작품들에서 그를 대변하곤 했던 킬고어 트라우트와 작가의 목소리인 '나'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런 시선의 엇갈림 가운데 작가의 메시지는 보다 선명하게 다가온다. 현대 문명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인류의 어리석음을 비꼬는 것처럼 들리는 독설과 블랙 유머는 여전하다. 어떤 이는 보네거트에게서 나타나는 인간에 대한 혐오에 머리가 아파질 지경이라고 말하지만, 글쎄? 그의 빈정거림과 질책들은 오히려 애정의 표현으로 해석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인간의 무지와 탐욕, 비열함과 잔인함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너희들을 좋아해"라고 흐느낄 수밖에 없는 아일페사스처럼.
나는 염세주의자가 있다는 것을 믿지 않지만, 만약 있다고 해도 보네거트만은 그런 종류의 사람이 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고? 그는 재미를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나는 그의 소설을 약간의 씁쓸함을 느끼면서도 여전히 유쾌하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역시 아직 안 읽어본 그의 다른 작품들을 마저 읽는 일은 훨씬 나중으로 미뤄두어야겠다. 아무래도 이 마침표의 여운이 상당히 오래갈 것 같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