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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25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후기

2009/10/26 00:31, 글쓴이 L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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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일시 : 10월 25일 오후 7시
장소 : 샤롯데씨어터
캐스팅 : 유영석, 최현주, 정상윤 외

 루나양을 뮤지컬의 세계에 끌어들인 팬텀. 게다가 더블 캐스팅으로 양준모 씨가 출연한다는데 보지 않고 배길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캐스팅 비공개 원칙 앞에 울며 겨자 먹기로 눈 감고 산 로또는 유영석 팬텀으로 드러나고... 사실 유팬텀에게 불만은 없다. 그의 절절한 감정 처리나 담백하고 힘 있는 목소리가 어디 가는 건 아니니까. 단지 하나를 고른다면 2001년에 본 유팬텀보다는 신선한 양팬텀의 연기를 고르겠다는 이야기. 그리고 양준모 씨의 우렁찬 목소리로 "저주해!!!"의 박력을 느껴보고 싶었는데 기대가 무너져서 슬프다는 이야기. 유팬텀의 "저주해!!"는 저주가 아니라서...ㅜㅜ 그래도 <Masquerade>에서 카리스마를 뿜어주셨고, <The Point of No Return>도 좋았다.

 크리스틴은 최현주 씨여서 다행이었다. 2001년 크리스틴이자 현재는 명실 공히 한국 뮤지컬 여배우 중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김소현 씨가 크리스틴 배역에 캐스팅된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녀의 목소리와 연기는 내 머릿속에 녹음된 듯이 재생되기 때문에 굳이 또 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사실 이분은 어느 작품, 어느 배역을 맡아도 느낌이 똑같다.) 최현주 씨는 조금 뻣뻣한 몸연기(= 팬텀한테 덜 헤롱거린다. 대본에는 트랜스 상태라고 되어 있을텐데.)가 흠이었지만 가창력이 뛰어났고, 공포와 연민에 떠는 크리스틴에 딱이었다. 가장 돋보였던 넘버는 <Twisted Every Way...>와 <The Point of No Return>, 2막의 <Angel of Music> 리프라이즈.

 라울 역의 정상윤 씨. 사실 1막에서는 실망스러웠다. 뭐, 사실 라울은 엄친아 귀족 청년 캐릭터이지 딱히 개성이 두드러지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정라울은 정말 개성이랄 게 전혀 없었다. 캐릭터에 걸맞게 귀공자다운 매력이라도 느껴져야 하는데 그마저도 그냥저냥. 그리고 크리스틴을 달래기보다는 윽박질러 설득하려는 듯한 연기가 참으로 어색했다. 그 모습이 2막에서는 젊은 혈기가 넘치는 라울로 해석이 가능해서 다행이랄까.

 칼로타 캐스팅은 누구였는지 까먹었지만(사진을 보면 윤이나 씨 같기도 한데 확신은 못하겠다) 좋았다. 톡 쏘는 대사와 고음으로 질러대는 풍부한 성량의 목소리가 포인트. 아쉬운 점은 과장된 연기가 필요한 캐릭터였는데 오바가 좀 부족했달까.
 앙드레/피르맹 콤비는 다시 보니 참 반갑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코믹한 연기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주셨음. 서영주 씨 너무 좋다. 표정만 봐도 빵빵 터진다.
 마담 지리는 모든 대사와 노래를 똑같은 톤으로 한다. 엄숙한 캐릭터라는 것은 알겠지만 동시에 팬텀에 대한 두려움을 비쳐야 하는데, 팬텀의 무서움에 대해 경고를 하면서도 시종일관 고자세다. 발레리나 혼낼 때와 라울을 지하로 데려갈 때의 연기가 똑같다. 게다가 7중창의 불협화음의 중심에 이분이 서있다. 난감허네<

 마이너스 요소를 꼽아보면 일단 번역. 2001년에 비해 더 매끄러운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지만 결정적인 실수가 있었다. 왜 모든 등장인물이 라울을 '샤드니 자작'으로 부르는 건지. Vicomte Raoul de Chagny니까 '샤니 자작' 혹은 '라울 드 샤니'라고 불러야 할텐데 말이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오늘 공연에서 최악의 씬은 바로 <Notes...>에서 <Prima Donna>로 이어지는 7중창 시퀀스. 코믹하고 역동적인 장면이라서 루나양이 <The Point of No Return>, 파이널 시퀀스 다음으로 좋아하는데 극적이고 역동적인 맛이 덜 살아났다. 그래도 칼로타/피앙지/앙드레/피르맹까지는 괜찮았다. 여기에 마담 지리/멕 지리/라울이 가세하면서 엄청난 불협화음으로 - "또 어떤 일이 생길까!!!!" - 지옥의 문을 열었다. 2막에도 7중창이 있는데 1막 만한 재앙은 일어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2막이 1막보다 낫기도 했고... (인터미션 때 상태가 '난 지금 매우 화가 나 있어'였는데 끝난 다음에는 '그래도 괜찮았어'가 되었다.) 초호화 블록버스터급 뮤지컬답게 의상도 무대도 최고로 화려하지만, 어째 삐그덕거리는 부분이 은근히 많은 것 같다. 이거 양팬텀을 보기 위해 다시 로또를 사서 또 화를 참으며 1막을 넘겨야 하는건가. 상당히 고민된다.


+ 아, ALW의 신작 《Love Never Dies》가 팬텀의 속편이라고 한다. 프레데릭 포사이드가 쓴 속편을 원작으로 한 건가? 과연 ALW의 팬텀이 예전의 포스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2009/10/26 00:31 2009/10/26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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